나는 심리학 외에 인간공학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인간공학이란 지난 200년 동안 급격하게 진보한 문명이나 기술이 수십만 년 전부터 전혀 진화하지 않은 인간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관계 맺을 수 있을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공학에서는 의도적인 위반이나 파괴 행위 등 악의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어떤 좋지 않은 결과(이를테면 사고)가 생겼을 때 인간의 탓으로 돌리는 일은 기본적으로 없다.
이를테면 한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해보자. 밤에 졸리는 것은 개인의 탓이 아니라 인간의 변치 않는 성질일 뿐이다. 물론 야간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느라 정신이 팔려 수면 부족이었다면 그 사람 잘못도 있겠지만 밤에 졸리다고 해서 ‘집중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주의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다’라고 하는 것은 다소 폭력적이다.
왜냐하면 장시간 집중력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특징이고,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에 주의가 소홀해지는 것 또한 인간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폐로 산소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인간에게 ‘숨을 쉬니까 틀려 먹었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밤에 몇 시간이나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문명이 없었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인간이 문명에 어쩔 수 없이 맞추어 산다고도 할 수 있는데, 사실 문명은 인류가 행복해지기 위해 만들어왔다. 그 문명 때문에 인간이 불행해져서도 안 되고, 인간이 문명에 맞추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다. 문명, 다시 말해 기기나 사회 시스템이 인간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인간공학의 사고방식이다. 이상적으로는 그렇지만 자동차의 경우, 야간 장시간 운전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책은 안타깝게도 아직 불충분하다(철도나 항공기 분야에서는 기기가 인간을 보조하는 체제가 진전을 보고 있다).
이야기가 곁길로 샜는데, 걱정에 관해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걱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특징이므로 간단히 바꿀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걱정의 근원인 리스크를 어떻게 하면 객관적으로파악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이 사고방식은 책의 취지와 조금 모순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객관적으로 사고해도 걱정스러운 것은 걱정스럽다. 당연히 내게도 걱정되는 것이 있다. 그러니 걱정과 잘 어울려 지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우리 인간은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대체로 서툴다. 하지만 다음 내용을 읽고 나면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포츠로 따지자면 신체를 단련하는 셈이다. 더 나아가 리스크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를 계속한 결과, 올림픽 선수급의 객관적 사고가 몸에 밸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다다라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여전히 보통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주관적이고 감각적으로만 파악해 걱정한다는 사실이라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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